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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 '해외'와'봉사' 둘 중 어떤 단어에 설레시나요?에 대한 상세정보
[8면] '해외'와'봉사' 둘 중 어떤 단어에 설레시나요?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2.03.21

며칠 전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대학 해외봉사 프로그램 작년 공고문을 보더
니 갑자기 자신도 가고 싶다는 것이다. 평소에 봉사
와는 거리가 먼 아이였던지라 의아하게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되돌아온 답변은 그야말
로 ‘어이상실’이었다. 그동안 해외에 갈 기회가 없었
다는 친구는 “학교에서 지원해주기도하고 취업할
때 스펙 될 것 같아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
에 대한 애정이 아닌 해외에 대한 설렘 그리고 미래
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고 싶다니 역시나 웬일인
가 싶었다. 사실 비슷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봉사가 가볍
게 여겨져서는 안 되는 것인데... 몇 년 전 필리핀 빈
민가 다녀 온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 필리핀 어느 지역에 방문했다. 이 지역은 자
국 내에서도 극심한 빈부격차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온 동네 주거지들이 시멘트로 대충 만들어진 탓에
전부 회색이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건 8명이
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집이었다. 돌멩이가 식탁이
었고 깨진 접시에 턱없이 부족한 양의 음식으로 허
기를 채운다고 했다. 물이 충분치 않다 보니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고 때문에 각종 질병에 걸려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었고, 여기서 수
명이 다하는 날까지 살아야한다면 인생이 불행할 것
만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다. 나의 세계는 그들이 바라지만 가질 수 없
는 곳이었을 텐데 배부른 소리만 하고 산 것 같았다.
아직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뿐이다.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지만 같이 간 동료들과
함께 자그마한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수도관을 설
치하고 시멘트를 발라 주위를 다듬었다. 이렇게 들
으면 쉬워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해외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가 생길 수도 있었고 모기는 또 얼마
나 많았는지 해충퇴치제는 필수였다. 음식들 위로
파리와 알 수 없는 벌레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봐버
려, 차마 먹을 수 없었기에 배고픔이 큰 고통이었다.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르기에 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자주 다가오기 때문에 절대 해외봉사를 쉽게 생각해
선 안 된다.

또한 해외봉사여서가 아니라 봉사 참의미를 다시 생
각해봐야한다. 올해 초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하던 중 겪은, 한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장애인 한명이 신
발에 끈을 끼어 넣는 수업을 하는데 구멍을 자꾸 헤
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장애인 친구가 아주 세
세하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그림수업에
서는 도움을 받은 그 분이 그리는 게 서툰 옆 친구에
게 알려주는 광경을 연이어 목격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부족한사람을 돕는 상황들을 보
고 참된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
이 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하는 것이고 자기보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
을 돕는 것이다. 허울을 쫒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대가를
바래서도 안 된다.

당신의 상상과 다를 수 있다.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
는 것도 많고 힘든 상황이 계속 닥칠 것이다. 자신의
가벼운 마인드로 우리대학 해외봉사 프로그램의 의
의를 낮추지 말라. 당신이 진정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그들을 위하는 마음이 존재하는지, 해외봉사
를 가겠다고 마음먹기 전 봉사의 참된 의미를 가슴
속에 새겨보자.

_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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