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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 지난날의 장미는 그 덧없는 이름뿐에 대한 상세정보
[8면] 지난날의 장미는 그 덧없는 이름뿐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5

전화 받는 동작을 한번 취해 보기 바란다. 혹시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편 손을 귀에 갖다 대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현재 우리 대학 언론사에서 매체를 다루는 학생들은 애초에 스크롤과 엄지를 위아래로 저으며 뉴스를 보는 세대이다. 태어나 한 번도 신문 특유의 잉크 냄새를 맡으며 기사를 본 적이 없는 학생 이 또래들을 보여주려 종이신문을 만들고 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를 비롯하여 전국의 각 대학 언론사는 현재 정체성의 위기를 넘어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정보화 사회에진 입하고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저널리즘이 지닌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에 힘입어 신문을 비롯한 대학언론이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현재 대학언론의 위상은 그렇지 못하다.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 고, 방법 면에서는 지면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압도적이다. 우리는 그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 아니 이미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난 가을, 대학언론의 잃어버린 시대적 가치를 되찾고 미래를 모색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신문에 대해 50.4%의 구성원들이 관심 없다라고 답했다(관련기사 5).

이런 충격적 결과의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인력· 예산 부족’, ‘관심 부족’, ‘비전문성등의 문제가 있지만, 핵심은 기사의 생산과 소비의 방식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기성 언론사와 타 대학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저널리즘 자체가 봉착한 문제다.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고, SNS,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활자보다는 이미지가 중요해졌다. 많은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고, 대학마다 구축된 학교 홈페이지는 대학신문이 담당하던 소식과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정보의 파편화다. 사회의 공통된 이슈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비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왜 흰 고래를 쫓는가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일수록 크다. 즉 디지털 기술에 민감하고 생활방식이 달라진 20대가 주를 이루는 대학사회에서는 저널리즘 혁신이 더욱 시급하다. 몇 해 전 광장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모이고 모여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듯이, 참여와 개방, 공유 가 일상화되고 신속해진 이 시대에서 학내 구성원들은 월간으로 발행되는 신문보다 온라인을 통해 각종 학내 정보를 접근하고 있다. 그에 따라 신문은 위축되고 말았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언론사는 자신의 영향력 감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그 흐름을 막지 못했다. 디지털에 콘텐츠를 실어 유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미비했다. 더불어 대학 간의 경쟁이 심화되 고, 학사관리가 엄격해지면서 대학신문에서 언론활동 을 하는 기자들은 신문제작과 학과수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같은 상황은 기자 수 감소와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는 대학언론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학사회 자체의 보수성, 대학 내 미디어 정책의 부재, 기술 개발이나 투자의 부족 등이 어우러져 대학언론의 침체를 가져왔다.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과거 대학언론은 공론의 장으로서 비판 지성이 넘쳐나며 시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브리타임'이라는 시간표 앱이 익명이 주는 편안함, 제보의 편리성, 모바일 기반이라는 장점 때문에 학생사회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고민 자체 가 청년 세대의 현실과 학생사회의 문제를 짚어내는 역할을 해 반향을 일으키며 꽤 진지한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익명에 기댄 게시물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콘텐츠도 많이 올라온다. 그 파급력과 효과는 인정하나 모든 게시물에 정제된 논리와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대학언론의 대안으로 여기기엔 무리 가 있다. 에브리타임의 현재 콘텐츠는 불편함이나 어려움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학내 문제 중 학사구조개편과 여순사건 재조명처럼 복잡한 사안이나 지역과 구성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의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공적인 장에서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고발이나 제보를 모아내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매체는 여전히 필요하다. 대학언론만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언론사 편집국장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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