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12면] 부끄럼 많은 생애를 쓰다.에 대한 상세정보
[12면] 부끄럼 많은 생애를 쓰다.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5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004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다자이 오사무, 그는 다섯 번 자살을 시도하 고, 결국 다섯 번째 시도에서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일본의 작가이다. 이 소설은 다 자이 오사무의 처절하고 씁쓸한 삶을 주인공 요조의 입을 빌려 말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이 작품은 요조라고 하는 한 사람이 3개의 수기를 통해 어떻게 격변 없이 스스로 파멸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요조는 평생 동안 세상과 계속해서 싸워왔다. 유년시절에는 익살이라고 하는 방어기재를 만들어 스스로를 방어 해 왔지만, 성인이 된 이후 로는 이러한 방어기재마저 사라진다. 그로인해 요조는 비합법의 세계에 서 안정을 느끼게 되고 비합법만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와 함께 요조의 남다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요조를 향해, 가족들은, 주위사람들 은, 그리고 사회는 계속해서 정신을 차리라고 말한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 는 건 알겠지만, 그냥 적응해서 남들처럼 살아가라는 것이다. 성인이 된 이 후 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요조는 이러한 시선들과 끊임없이 싸우며 점 점 해저로 가라앉는다.

다자이 오사무가 요조의 입을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삶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처절한 고뇌만 제시할 뿐, 자신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 는 어떠한 해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까 지 씁쓸함만을 맛본다. 그는 아무 출구도 없는 답답함을 소설에 담으면서 독자에게 정말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는 이 소설이 발표된 당시 일본의 청년들이 그에게 열광했던 현상에서 아주 잘 알 수 있다. 『인간실 격이 그려낸 퇴폐주의는 전후 파괴된 일본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당시 의 젊은이들은 이 소설을 읽으며 자신과 요조를 동일시하며, 자신이 느끼 고 있는 고통이 사실은 모두가 겪고 있는 것임을 깨달으며 안식을 얻었다.

허무에 빠진 많은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제시했던 장밋빛 미래를 모조리 부정하는 작가의 문장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유나 존재의 근거를 그 의 작품을 통해 찾았던 것이다. 전후 일본만이 아니라도, 살아가면서 불현 듯 떠오르는 씁쓸함에 대해 이 소설은 그게 당연한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 워주며 위로가 되어준다.

인간실격20세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전무후무한 소 설이다. 나 역시도 살아가며 한동안 끝없는 우울에 빠지기도,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 마음속에 떼어낼 수 없는 나의 요조가 있는 것처럼, 각자의 마음속에서는 고유한 오바 요조가 살아있을 것이다. 항상 부끄러워하고, 남에게 자신을 들키면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좌절에 부딪 히는 바로 그 요조가 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자. ‘삶의 본질의 정점에 부딪혀 생애의 파멸을 느낀다면 뻔뻔하게 각자의 요조를 위로하자. 인간 이란 본디 그런 존재이니 말이다


_김언수 기자

첨부파일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