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순천대학교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함께 있고 싶어 한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괴롭다.’라는 말처럼 모든 고통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잘 해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순간 역설적으로 인간관계는 더 힘들어진다. 가장 큰 고정관념은 내가 잘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착각이다. 그래서 여기,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팁을 준비했다.

 첫 번째로는 갑자기 너무 예민해지고, 긴장하게 되는 날들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페르소나와 내 인격을 완전히 일치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완벽히 잘 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보자. 친구가 농담으로 ‘제대로 하는 거 맞아?’라고 하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너무 화가 치밀어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치달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 나서는 또 스스로 위축된다. 자기가 생각해도 스스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으니 우울해진다. 친구가 나를 화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폭발하기 쉬운 상태였던 건 아닐까. 이미 내 마음이 예민한 상태이기에 별거 아닌 한마디에도 공격적인 반응이 튀어나올 수 있다.

 이런 내 마음의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상적인 나를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다. 힘을 빼고 페르소나와 나 자신을 완전히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잠시 멈춰보자. 나의 인간적인 단점이나 실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임을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도 나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갖다 대지 않는다. 나의 본성과 역할을 구분해 역할을 수행할 때만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는 연습을 해보자.

 정이 많아 힘든 사람도 있다.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라 혹시라도 시답잖은 갈등으로 관계를 잃을까 걱정해 본 적이 있는가. ‘을’이 되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가려 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 하더라도 사람 사이 관계는 잠시 끊길 수 있다. 소통이 매끄럽지 않아서 작은 오해가 생긴다거나 잠깐 거리를 두는 일은 가까운 사이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상대방이 잠깐 멀어지려는 느낌이 들어도 본인이 소통을 시도해 오해를 풀려 노력하면 되는데, 그런 상황이 쉽지 않고 막막하기만 하다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부족하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게 아니라 자기감정에 집중해 보자.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여기는 마음의 근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잘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집중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내가 갈구하던 핵심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사소한 감정을 절대로 감추거나 속이지 말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말들을 나에게 들려주자.

 인간관계를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대치가 크고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자체에 비중을 많이 두거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고 관계에서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인간관계의 키는 사실 내가 쥐고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쥐는 방법이 없냐고 묻는다면,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왜 인간관계의 키를 쥐고 싶어 할까?’, ‘왜 나는 자꾸 인간관계에 집착할까?’라고 말이다. 내 마음속에 집중해 보는 게 오히려 인간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텐데, 내가 원할수록 잘 안되고 반대로 살짝 내려놓으면 오히려 잘 되는 것들이 많다. 전제조건은 인간관계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글을 쓰는 필자도 인간관계를 척척 해내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여전히 용기를 내는 중이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뚝딱이가 된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고 실수와 실패는 누구나 하는 법. 그럼에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만이 나 자신과 친해지며 인간관계도 잘 풀릴 것이다.

그렇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후킹 해놓고 구구절절 나를 돌아보라는 말만 한다니 속은 느낌이 들었는가? 그렇다면 잘 읽은 것이다. 이 글은 타인과 잘 지내려는 배려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이다. 타인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나를 돌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어떨까.

참고 :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 정우열 동양북스

_한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