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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우리네 청춘, 잠깐은 헤매도 괜찮아요! 주말만큼에 대한 상세정보
[14면] 우리네 청춘, 잠깐은 헤매도 괜찮아요! 주말만큼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5

뜨거운 햇빛에 습기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찜통에 들어가 있는 것만 일본의 여름. 온몸은 땀으로 젖어 가는데, 사방에서 보이고 들리는 낯선 일본어에 정신이 없었던 나는 콧등 위에 잔뜩 고인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급히 교토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홀로 차창 쪽 좌석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차창 너머 풍 경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교토에 가다니! 괜스레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톤이 다운된 브라운 빛 건물들로 채워진 교토의 분위기가 조금 은 긴장했던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역 바로 앞 에 버스정류장이 위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맵을 작동시 키려는데, 분명 역 앞에서는 잘 작동하던 포켓와이파이가 갑작 스레 꺼졌다. 놀란 마음에 급하게 확인해보니 배터리 0%... 역에 서 벗어나자마자 버스에 바로 타버린 탓에 안내 지도도 없는 데 다가 목적지의 위치도, 정류장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거기다 국내도 아닌 말도 안 통하는 해외를 여행한다니,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찾아왔다. 일단 아무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버스가 움직 인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하는데 긴장감과 불안감이 곧 나에 대한 한심함이 되어 우습게도 눈물이 나왔다. 내 자신 이 너무나도 바보 같게 느껴져 화까지 났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계속해서 울던 중, 문득 눈앞 풍경이 눈 안 에 들어왔다. 교토의 어느 명소도 아니었고, 내가 찾던 예쁜 서 점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하루의 한순간에 불과한 평 범한 동네였다. 노을이 진 하늘 아래 펼쳐진 일본식 주택들과 하 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들이 내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온갖 공포감으로 물든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 고, ‘가끔은 목적지가 없는 것도 괜찮지라는 밝은 생각이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과 발걸음. 아까와 분명히 똑같은데 방금 까지는 보이지 않던 교토의 아름다운 모습들. 각종 블로그에 소 개되어 이미 누군가에게 잔뜩 밟히고 밟혔을 삭막한 길 따윈 없 는 나만의 루트. 덕분에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츠 리를 경험할 수 있었고, 분홍빛 노을이 져 더욱 아름답게 반짝 이는 하천도 만날 수 있었다. 목적지를 정해놨더라면 절대로 만 나지 못했을 풍경들이었다. 비록 가보고 싶었던 서점들을 방 문하진 못했지만, 그때의 교토는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자 리 잡게 되었다.

마치 예전부터 정해진 틀이 있었던 것처럼 대부분의 여행객들 이 방문하는 똑같은 교토가 아닌, 나의 교토를 마주할 수 있었 던 건 길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네 청춘도 마찬가지이지 않 을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보는 것, 혹여나 길을 잃을지 라도 절망 속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

조금은 헤맬 지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갈 우리네 청 춘들의 2학기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_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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