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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나는 ‘500호’ 편집장이다 - 본 호 발행을 마치며.에 대한 상세정보
[19면] 나는 ‘500호’ 편집장이다 - 본 호 발행을 마치며.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6

고난의 이틀이었다. <500> 20면을 이틀 안에 탈고시키는 일은 내 다시는 못하겠다. 한 달에 두 번 발행하는 사건도 겪어본지라 충분 히 가능할 거라고 여겼던 내 판단은 콧방귀 대차게 뀌어도 모자랄 착각이었다. 으으, 하루 종일 글만 쓰고 앉았더니 작년에 담으로 엄 청 고생했던 왼쪽 어깨가 미칠 듯이 쑤셔온다. 기획면 기사를 갈무 리하던 중에 못 참겠어서 파스를 붙이는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

신문사에 발을 들여 놓은 지 3년 째. 새내기 특유의 설렘을 잔뜩 머 금은 채, 또박또박 손글씨로 직접 써 낸 수습기자 지원서를 제출하 던 때의 나는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하다. 지금에서야 솔직히 밝히 는 거지만 면접에 나름 자신 있는 편이었기에, 합격은 쪼금예상했 었다. 문제는 수습기자 딱지 떼기도 전에 편집장 대행을 덜컥 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2016년도 2학기 때부 터 신문사 편집장 일은 결코 쉬웠던 적이 없었다. 이끌어줄 선배도, 또는 그 어떤 매뉴얼도 없었던 데다가 모든 일은 23년 인생에 있어 서 당연히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후회 할 겨를도 없이 연이어 터지는 일에 난 노트북 앞으로 되돌아가 기 사를 쓰고 또 썼다.

시간을 흘러 자연스럽게, 속된 말로 은 찰만큼 찼다. 벌써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1년 넘게 동고동락한 부 장, 정기자 아이들부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뽑았는데 예상보다 정 말 잘해주고 있는 48기 수습기자들까지. 13명의 멋진 이들과 나 는 함께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기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 로 무수한 나날들 그리고 소중한 생각을 서로 주고받았다 .

이번 <500>를 준비하면서 미처 몰랐던 역대 편집장 선배들의 이 름을 여럿 알게 되었다. 순천대신문은 19691210일에 창간되 었는데 무려 50년 전이다. 내가 태어난 해인 1996년보다 28년이나 먼저 세상의 빛을 경험 것이다. 반백년의 세월동안 정말 많은 기자 들이 거쳐 갔더라. 편집장은 말 할 것도 없고. 당시의 그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지면 위에 기사 하나를 싣기 위해 고군분투했을까. 아마 도 더 어려웠겠지. 인터넷이 이만큼 발달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독 재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기였으니까. 주름지고 늙은 그 옛날 신문 들을 읽다보니 우리대학, 때론 대한민국의 바닥부터 시작까지 학우 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보이지는 않는 권력과 싸워왔던 선배 의 마음이 느껴졌다.

현재에는 그러기 다소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이건 순천대학교뿐 만 아니라 여타 다른 대학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학보사들 이 인력난으로 인한 예산 감축은 기본이요, 발행 횟수까지 조정하 는 데 이르렀고, 본부 소속 기관이 되거나 홍보실과 합쳐져 신문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일도 겪는다. 제일 바뀐 점은 역시 예전 만큼 기자의 사명감에 불타는 학생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는 점일 것이다. 나 역시 이 모든 변화에 씁쓸하나, 그 변화 한가운 데 놓인 대학생으로서 사실 그 누구의 잘못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고 생각한다.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든 순천대신문은 지금도 학우들의 눈과 귀, 발 이 되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모든 부분에서 완벽 하다고 할 수 없으나 올해는 여러 피드백을 받아들여 언론인 의무 교육을 강화하는 등 더 발전하는학보사가 되고자 노력하는 중이 다. 그러한 우리의 첫 다짐을 <500>에 가득 담아봤다. 신문 발행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수습기자들을 포함한 모두가 정말 고생해서 만 들어서 괜히 더 뿌듯해지는 신문이다.

지난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신문사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다. ‘새 날을 여는 민중 언론’, 순천대신문. 나의 새 날은 신문사 로 인해 열렸다. 나는 <500> 편집장, 김가현이다


_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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