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매해 방학기간을 이용해 재능봉사캠프를 운영한다. 올해에도 5월 중 모집공고를 통해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하게 될 이 캠프는대학생 나눔지기(멘토)가 저소득층 가정의 초·중·고등학생 배움지기(멘티)와 함께 학습 및 진로 지도, 고민상담, 창의활동 등 멘토링을 진행하는 나눔봉사활동이다. 지난해 ‘SAY’의 팀장으로 활동한 최찬미 학우(농업경제학과 14)의 수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살고 싶은 세상과 살기 좋은 세상 중에 무엇이 먼저일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20살이 된 나에게 스스로 던진 질문이었다. 일으키기 힘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양치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매일 똑같은 하루.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졸다가잠이 드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하루를 사는 대학생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지금 이 세상은 살고 싶은 세상인지, 살기 좋은 세상인지 궁금했고 그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났다.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 할일이고, 그 다음 세대는 살기 좋은 세상에서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가 꿈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하면서 꿈을 이뤄낼 수 있는 아이들의 삶을 기대하고 싶어졌다.
‘세상을 이끄는 리더’라는 주제로! 처음부터 봉사활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집을 하는 어머니가 계셔서 어릴 적 나는 아이들이 싫었다. 20살 때도, 21살 때도 아이들이 싫었다. 그건 나만을 사랑해줘야 하는 엄마가 다른 아이들한테 잘해주는 모습을 보며 서운했고, 그 마음의 연장선인 것 같았다. 6개월 동안 청소년문화센터에 머물면서 조금씩 깨지던 편견을 완벽하게 깨고 싶은 마음에 방학마다 멘토링 지식캠프를 기획하여 진행했다. 2학년 때부터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보는 프로젝트, 꿈을 향한 두드림 캠프, 멘토들과 함께하는 멘토스 캠프를 진행했고, 이번 14기 대학생 재능봉사캠프에서는 ‘세상을 이끄는 리더’라는 주제를 가지고 겨울 리더십 캠프를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리더십은 단순히 반장을 하는 것 이었다. 매일 수업 시간마다 대표로 인사를 하는 것, 일기장을 나눠주는 것, 청소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안 오시면 교무실로 달려가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리더십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색다른 리더와 더 큰 세상에서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도덕,건강, 안전, 공동체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준비했다. 방학 때마다 하는 캠프지만, 매번 새로운 마음과 설렘이 찾아온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사랑, 감사, 보람, 기쁨, 감동, 감격 등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감동의 순간 둘째 날 오전 <걱정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능력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의 수업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걱정인형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연극을 진지하게 보고, 개인 노트에 자신의 두려움과 리더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옷의 색, 머리의 색을 정하여 실을 골라 인형을 만들었다. 나는 혼자 준비실에서 물품을 챙기고 있었는데, 슬비가 직접 만든인형을 들어와 “찬미쌤~ 제가 만든 인형이에요. 쌤 걱정도 인형한테 말하면 다 사라질 거예요”라고 했다. 나를 울컥하게 만든 첫번째 순간이었다. 또 마지막 날,아이들이 적어준 롤링페이퍼와 소감문을 읽었을 때 두 번째 감동이 찾아왔다. “나는 순천대학교 누나, 형들을 만나고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봉사를 재미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적은 민준이의 글을보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민준이가 마음속으로는 우리를 좋아하고 그동안 행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캠프가 끝나 아쉬웠고 다시 또 보고싶어졌다. 인터넷방송 BJ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어낸 성식이는 캠프가 끝난 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의모습을 담고 싶다고 말했고, 경찰이 꿈이라던 서원이 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직접 찾아 도와주는 사람이되고 싶다고 했다. 웹툰작가가 꿈인 서희는 행복한 세상을 그리며 용기를 심어줄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세 번째 감동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사실 꿈과 리더십이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 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물어보지 않아도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의 꿈을 돌아보며 더 구체적인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우리가 2개월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이, 함께한 4박 5일이 아이들에게 대단한 지식과 교양을 심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한 곳에 봉사활동을 가는 이유, 교육 봉사활동의 존재, 봉사에 참여하는 목표는 단 하나다. 내가 사는 세상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것. 꿈은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을 틀렸다고 부정할 수 있 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도 전한다. 당신, 꿈을 꾸며 살아도 괜찮아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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