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관련 설문조사 실시, ‘청년문제’를 진단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음달 9일로 확정됐다. 이번 선거는 장미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치러진다 하여 ‘장미대선’이라고 부른다.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가시처럼 대선의 수면 아래는 최순실 국정농단, 세월호 7시간, 대기업의 정경유착, 국정원과 검찰 개혁 등 그 어느 때보다도혼란스럽고 많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 신문사에서는 지난 3월 16일부터 총 5일간, 121명의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진행한 조사결과와 청년문제 진단을 기획특집으로 싣는다.
_김가현, 고희권 기자
모두들 몰랐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건이 이리 커질 줄은. 일명 ‘정운호 나비효과’라 불리며 고구마 줄기 엮듯 롯데 수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포함하여 ‘비선실세’ 최순실과 딸 정유라의 입시 비리가 줄줄이 따라 올라왔다. 민심은 폭발했고, 작년 10월 29일에 처음 시작된 촛불시위 집회는 20여 차례를 넘기며 대한민국 전역을 밝혔다. 그리고 마침내8:0이라는 헌법재판소 탄핵결정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 파면 인용을 이끌어냈다.
촛불혁명, 청년을 움직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였던 이번‘촛불시위’를 해외 유수의 언론은 ‘촛불시민혁명’으로보도하며 평화적 시위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특히,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정치에 ‘비교적’ 무관심했던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그동안 정치계의 민심잡기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이 아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4월 실시했던 제20대 총선에서 60대 이상 국민의 투표율은 무려 70.6%였지만, 2·30대 청년 표율은 49%대로 절반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이유로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기성 정치의 불신, 시·공간적 제약, 선거·투표에 관한 사전교육 부족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번 촛불시위로 청소년과 청년들이 달라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학우 대상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탄핵의 계기가된 촛불시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86%가 매우 바람직하다, 10%가 조금 바람직하다, 4%가 잘 모르겠다고 답해 무려 96%의 학우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이번 장미대선 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72%가 매우 그렇다, 8%가 조금 그렇다고 응답해 이번 대선의 청년 투표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대된다. 또한 ‘이번 장미대선이 본인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과반수를 훌쩍 넘는 73%가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아 청년 개개인과 정치의 연관성을 좀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최대 관심사 ‘청년 실업 해소 및 일자리 감소’ 그렇다면 우리 학우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청년문제는 무엇일까? 객관식 문항으로 제시한 총 5개의 청년문제(2개 복수선택) 중 예상대로 ‘청년 실업 및 일자리 감소’가 93%로 가장 높았으며, ‘반값 등록금 및 대학 교육 문제’와 ‘청년 주거 및 생활 복지문제’가 각각 47%와 44%로 그 뒤를 이었다. ‘군 복무기간 단축 및 감면’은 12%, 기타 의견으로는 ‘이민가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누가 되든 해결안 해준다. 기대 말자’ 등이 있었다. 우리 학우들의 최대 관심사인 청년 실업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았다. 그 첫 번째 이유로 39%가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신규채용 감소’를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실효성 없는 청년고용 정책’이 31%, ‘정경유착에 따른 비리와 대기업 횡포’가 22%, ‘중노년층 고용 증가와정년 연장’ 및 기타 의견이 각각 4%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자신의 스펙보다 높은 눈’, ‘대학진학보다는 전문성 살린 교육제도 개발’, ‘무능한 정부, 무능한 국민, 무능한 사회’ 등이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청년문제에 대한 대선(예선)후보들의 다양한 정책 및 해결방안에 대해 정리해 봤다.
고용시장 개혁과 청년실업 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작년 청년층의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2월 청년실업률은 무려 12.3%까지 치솟았다. 무분별한 비정규직 제도의 악화, 중소기업의 열악한 고용환경 지속, 열정페이 등 비합리적인 노동시장의 모순으로 청년들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정경유착 비리,소상공인 및 소규모 벤처기업을 압박하는 대기업의 횡포와 구시대적 법률과 정책은 청년을 넘어 많은 국민들의 울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만큼 대선 주자들 역시, 고용시장 개혁과 청년실업문제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부 주도하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웠고, 안희정 도지사의 신생기업 육성촉진,안철수 전 대표의 청년고용보장계획 등이 그 예이다.그 외, 유승민 의원은 청년실직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청년실업부조를 본인의 주요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청년창업 활성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대학 등록금, 생활복지 그리고 병영문화 우리 학우들과 가장 밀접한 사안인 반값 등록금 및 대학 교육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안희정 도지사의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공약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반값 등록금 공약을 펴고 있으며, 이재명 시장은 대학교육을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교육으로 전환하여 평생교육을도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렇듯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등록금 감면과 대학 서열화 해소를 외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가 표심 잡기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청년 일자리 하면 ‘청년 주거 및 생활 복지 문제’도 함께 올라오기 마련이다. 비싼 집값과 생활비는 부모로부터의 독립해야 할 20~30대 청춘들의 발목을 잡는다.그러니 ‘헬조선’, ‘N포세대’, ‘잉여세대’, ‘이생망’ 등 비관적인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다. 영국의 한주간지의 ‘도시 물가 순위’에서 서울은 지난해 조사 대상 133개 도시 가운데 6위로, 전 세계 도시 중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마지막으로, 끊이지 않는 군 비리문제와 맞물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국방의 의무를 청년 시기의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 남경필 도지사는 모병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한 바 있고, 문재인 전 대표는 복무 개월 축소를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군 복무 축소는 부적절하다고 언급했 다. 보수진영의 유승민 의원도 모병제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만들며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고, 홍준표 도지사는 젊은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얄팍한 술책이라 비판하였다.
학우들이여, 뜨겁게 ‘장미’ 하라! 끝으로 ‘이번 장미대선이 청년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잘 모르겠다’가 47%, ‘조금 그렇다’가 34%를 차지했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이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 역시 ‘조금 그렇다’가 42%, ‘잘 모르겠다’가 36%로 다소 미 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인 의견은 각각 5%, 2%로 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리라는 ‘잠재적 희망’을 보 여준다고 하겠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촛불의 물결은 ‘개인주 의=청년문화’의 고정관념도 변하게 만들었다. 청년전략 투표 온라인 플랫폼 개설, 선거인단 모집 등 청년층에 서도 이전과는 다른 활발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송강호는 재판관 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 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 니다.” 그렇다. 우리는 국민이며, 곧 국가다. 취업과 개 개인의 문제에 천착하느라 밀실에서 고뇌하던 청년들 이 이제 광장으로 나와 정치 참여를 외치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투표다. 투표로써 우리 모두가 국가의 주인임을 뜨겁게 느끼는 ‘장미의 계절’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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